시장을 맞히고도 진입하지 못했다, 트레이더의 두려움에 대하여

시장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상승 추세, 하락 추세, 횡보.

결국 시장은 이 세 가지 상태를 반복해서 움직입니다. 그런데도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이 단순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히 방향이 보입니다.

차트를 보고 있으면 어디로 움직일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그런데 막상 진입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손이 멈춥니다. 조금 더 기다리게 되고, 다른 지표를 확인하게 되고, 뉴스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시장이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맞혔는데 들어가지 못한 겁니다.

저 역시 이 문제로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분석을 더 잘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겠지.’

그래서 보조지표를 공부하고, 차트 패턴을 공부하고, 더 좋은 진입 자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석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진입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분석력이 아니었습니다.

심리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전 트레이딩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두 가지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첫 번째 두려움 — 방향을 맞히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순간

이런 경험은 트레이더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차트를 켜고 흐름을 봅니다.

추세가 어느 정도 명확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기준으로 봐도 진입 조건이 나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진입하려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많아집니다.

“혹시 여기서 반대로 움직이면 어떡하지?”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가격이 나오지 않을까?”

“다른 시간봉에서는 신호가 다르게 보이는데?”

“오늘 중요한 경제지표가 있지 않았나?”

처음에는 하나였던 고민이 어느 순간 다섯 개, 열 개가 됩니다.

안 보던 보조지표를 보기 시작하고, 다른 시간봉을 열어보고, 뉴스까지 찾아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정보를 더 확인한다고 해서 확신이 커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더 복잡해집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확신을 얻기 위해 정보를 찾았던 게 아니라, 진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틀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손실이 무서웠던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입을 계속 미룹니다.

그러다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확신이 생깁니다.

‘역시 내가 본 방향이 맞았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때 느끼는 허탈함은 생각보다 큽니다.

시장은 맞혔는데, 내 계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두 번째 두려움 — 수익이 났는데도 빨리 나오는 순간

그런데 트레이딩에서 더 교묘한 두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익이 발생했을 때 찾아오는 두려움입니다.

포지션이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수익이 조금 커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지금 안 팔면 다시 내려오는 거 아닐까?”

“이 정도면 충분히 먹었잖아.”

“괜히 더 기다렸다가 수익을 다 반납하면 어떡하지?”

결국 익절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차트를 다시 봅니다.

내가 팔았던 가격에서 시장은 훨씬 더 멀리 움직여 있습니다.

그때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가지고 있었으면 훨씬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두려움입니다.

첫 번째 두려움이 잃을까 봐 들어가지 못하는 두려움이었다면, 두 번째는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 봐 너무 빨리 놓아버리는 두려움입니다.

겉으로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뿌리가 같습니다.

둘 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서 생기는 행동입니다.


🎯 결국 두려움의 뿌리는 하나였습니다

트레이딩을 오래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 중 하나가 있습니다.

시장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진입하는 순간부터 결과는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손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본전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조금 수익이 난 뒤 다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입하는 순간에는 어느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에는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맞아야 한다.’

‘이번에는 손실이 나면 안 된다.’

‘수익이 난다면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진입할 때는 틀릴까 봐 무서웠고,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잃을까 봐 또 무서웠습니다.

결국 저는 시장을 상대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었던 겁니다.


🛠 그래서 실제 매매에서 바꾼 것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제 매매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첫째, 진입 조건을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건이 많아질수록 좋은 매매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조건이 너무 많으면 신호가 나와도 또 다른 조건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검증해온 기준을 중심으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조건이 충족되면 진입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기다립니다.

그 이상 시장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둘째, 결과보다 과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한 번의 트레이드가 수익이면 좋은 매매, 손실이면 나쁜 매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손실이 나더라도 내가 정한 기준대로 진입하고 손절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매매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큰 수익이 났더라도 원칙 없이 운 좋게 얻은 수익이라면 좋은 매매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내가 계획대로 행동했느냐입니다.

셋째, 수익 관리도 미리 생각하려고 합니다.

수익이 난 뒤에 어떻게 할지를 그때 결정하면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진입하기 전에 일부 익절을 할 것인지, 나머지 물량은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둡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합니다.

저도 사람이고, 돈이 걸려 있는 순간에는 감정이 생깁니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계획을 바꾸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 결국 제 생각을 바꾼 건 ‘확률’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마크 더글러스의 《심리투자 불변의 법칙(Trading in the Zone)》​입니다.

벌써 여러 번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보다 확률적 사고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놓고 보는 책은 톰 호가드의 《잘 잃어야 잘 번다(Best Loser Wins)》​입니다.

손실을 바라보는 방식과 트레이더가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두 책을 읽고 제가 느낀 결론은 결국 비슷했습니다.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완벽한 예측이 아닙니다.

확률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반복해서 행동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지금도 진입 버튼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수익이 난 뒤에도 ‘조금만 더 먹을까, 지금 나올까’ 고민합니다.

아마 트레이딩을 계속하는 동안 이런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있습니다.

이제는 두려움이 찾아왔을 때 무조건 그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두려운 이유는 시장이 위험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결과를 통제하려고 해서일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매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집니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두려움이 생기는 순간에도 내가 세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것.

그리고 한 번의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것.

어쩌면 트레이더에게 필요한 진짜 실력은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매매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움직입니다.

상승하거나, 하락하거나, 횡보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의 방향이 아닙니다.

그 앞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것뿐입니다.

💡 골드 트레이더 O의 한마디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지 마세요.
두려움이 있어도 원칙대로 행동할 수 있으면 됩니다.

시장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트레이딩은 조금씩 예측의 게임에서 확률의 게임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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